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오롯히 느껴진다.
이런 때가 있었던가...?
이전까지 내게 시간은 바람 같았다.
가만히 서있어도 계속해서 부는 그런 바람.
나의 옷깃에,
나의 팔에,
나의 얼굴에 느껴지지만
그 느낌이 나에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살아있으니 나를 늙어가겠다고, 오직 머리만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의 바람이 흘러감이 느껴진다.
별거 아닌 것으로 느껴졌던 그 작은 바람들은 나를 조금씩 어떤 방향으로 밀어내고 있다.
그 힘이 느껴진다.
어떠한 저항을 한다고 해도 약간의 방향만 달라질뿐 결국에는 그 방향으로 갈것이다.
이제까지 다른 이들은 입을 모아 그 방향에 저항하라고 말해왔다.
그리고 나도 그 말들을 듣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저항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멍하니 바람이 미는대로 몸을 맡겨보려한다.
아마도 이럴때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기억을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몸이 밀려가며,
주변을 돌아본다.
지금 이순간도 다음 이순간도 두번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있나,
편하게 나를 천천히 밀어내는 시간의 바람을 느끼며,
주변을 돌아본다.
바람은 차다.
깊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바람은 여전히 나를 밀고 지나가며, 어딘가로 인도한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제 시간의 바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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