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부터인가 하늘에 여러가지 색의 '꿈'이 떠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꿈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졌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행복해지거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들이마시는 것을 경계했으며, 색깔이 안좋은 꿈들..
예를 들어, 검 붉은 색이나, 짙은 녹색같은 꿈들은 굳이 피해서까지 다닌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정체모를 꿈들로 거리가 물들어 있다.
"현아, 지금 가니?"
친구 뭉이는 밝은 구석이 있는 친구다. 평소에는 어둡게 지내는게 보통이지만...
"응"
"어? 저기 '피꿈'이다"
"뭐?"
바로 앞을 보니 씨뻘건 꿈 덩어리가 거리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재수없게...' 뭉이와 나는 갈라져서 빙~ 돌아갔다.
"야, 근데 저 기분나쁜 안개 구름 같은건 왜 '꿈' 이라고 하는거냐?"
"몰라? 그런데 신기한건 기분이 좋은 것도 있던데? "
"너 마셔 봤어?" 난 놀랐다.
"응. 사실 실수로 달리기 하다가 지나 쳤는데. 분홍색이였어. 그날 첫사랑이랑 만나는 꿈도 꿨다? "
"크으... 그런거야... 자면 꾸는 꾸잖아? "
"으이구~ 현아! 현아!! 넌 자기만 하면 원하는 꿈을 꾸냐?"
"뭐 그건 그렇지만..."
학교다. 나와 뭉이는 반이 다른 관계로 교문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 시인 윤동주는 대표작으로, 서시, 별헤는 밤, 십자가등이 있으며... "
하늘을 보니 색깔이 이쁘다. 선생님들조차 '꿈'이 언제부터 생긴지 모른다.
처음 생긴날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했다고 이야기해줬다. 2~3년간은 이 정체 불명의
안개들을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지낸 사람이 수천만명 됐다고 한다.
물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문연구기관에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색깔로 구분할수 없으며, 냄새로는 구분할수 있지만 함부로 들여마시면 안된다는 특성상....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떠돌아 다니는 이야기들은 내가 듣기에 너무 복잡할 뿐이다.
내가 8살때 옆집 쌀집아저씨가 핏빛 '꿈'을 들이마시고는 그날 이후로 연쇄 방화범이 되셨다.
우리집 옆옆집에 불을 놓고 있을 때 그 새어나오는 비웃음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딱!"
"이 새끼 눈뜨고 자네?"
꽤나 걸걸한 목소리의 문학 선생님이시다.
"아~ 왜요!"
"아무리 요새 교권이 땅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쓰레기보다 못하다지만 감히 이 '미친개'
수업시간에 잔단말이야? 너 죽을래?" 문학선생님은 인상을 쓰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저 눈빛이 싫다.
"......"
잠시 노려 보다가 조용히 눈을 깔았다. 뭐 어쩌겠는가..
딩동댕동
수업끝 종소리
"가만보자... 너 이름이 뭐냐?" 문학선생이 물었다.
"김 현인데요"
"다음시간에 두고 보자"
제기랄.. 문학선생이 이름을 적어갔다. 아직 분이 안풀렸나보다.
다음 문학시간이 벌써 부터 기대된다.
"야~ 현? 창문 닫아라. 저거 들어오겠다. " 나의 짝인 궁이가 나에게 말했다.
"어?" 고개를 돌리니 샛노란 꿈이 창문근처에서 아른 거리고 있었다.
창문을 닫았다. 저건 도대체 어떤 꿈일까? 궁금하다.
"김현~ "
반장이 나를 불렀다. 교실 앞문 쯤에서 불렀다.
" 왜~" 조금 소리 높여 대꾸를 했다.
" 담임이 보재"
고2가 되자마자 담임이 자꾸 부른다. 아무래도 대학진학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걸음이 무겁다.
반에서 정확히 반토막인 나의 성적으로는 만만하게 들어갈수 있는 학교가 없다.
진로 상담실 바로 앞에서서 숨을 한번 몰아 쉬어 본다.
진로 상담실의 검은 나무 색은 들어가기 싫은 냄새를 풍기고 있다.
나는 힘들게 노크를 했다.
"들어와" 문 바로 뒤에서 들리는 담임 선생의 목소리.
" 선생님..."
"아 현이구나. 여기 와서 앉아라" 선생은 자신의 건너 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불편"이라는 이름의 동물을 잡아서 가죽을 벗겨 만들어 놓은
의자가 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기분나쁘다.
"현아. 너 내신등급이.......... 전국 모의 고사 결과가........... ...... "
담임선생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어두운 얼굴 표정과 무언가 바라는 눈초리.
길게 이야기 하지만 결과는 알고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것과 성적이 안좋다는 것.
재미가 없어진 나는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본다.
창문 바로 옆에는 맑은 회색의 꿈이 있었다.
저 색깔은 꽤나 마음에 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회색이 좋아했다.
화려하지도, 어둡지도 않아보이는 그런 회색말이다.
그저 어디에든 어울리고 녹아들어 갈 수 있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순수한 회색만이 있다면,
왠지 싫다고 이야기 하기 힘든 그런색이 회색이다.
나만의 색.. 나의 색인 듯한 회색이 난 좋다.
그 일이 벌어 진것은 순식간이었다.
창문은 마치 나에게 열리기위해서 만들어 진듯했고.
꿈이 마치 오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어느샌가 난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고.
꿈은 나에게 오듯 빨려 들어왔다.
나는 꿈을 깊히 들이 마셨다.
나의 페를 회색으로 염색하는 상상을 하며, 깊히... 아주 깊히 들이 마셨다.
"현아!" 찢어 질듯한 비명이 들렸다.
서류만을 보고 나에게 이야기를 했으니 내가 움직인 것도 몰랐겠지..
"뱉어! 빨리 뱉어!"
담임은 내 등을 세게 치면서 외쳤다.
콜록콜록..
오히려 꿈때문이 아닌 담임의 폭력에 가까운 두드림에 기침이 나왔다.
왠지 머리속이 복잡하다.
복도가 웅성거린다.
기침이 쉴세 없이 나왔다.
탁자에서 떨어저 산산히 흩어져있는 내 성적표가 보였다.
눈섭을 세로로 세우고 뱉으라고 찢어질듯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담임의 눈도 보였다.
무척이나 아프고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 오늘 밤이 지나면 어떤 내일이 올지 궁금해하는 느낌이
싹처럼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꿈을 먹었다.